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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죄와벌 - 수단의 정당화를 위한 헛된 초인론

by 섭이네별마당 2023.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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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은 어릴 적 간단한 만화로 먼저 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중학생 필수 교양 도서여서 읽어봤던 것 같은데요. 무언가 묵직한 느낌일 것 같은 『죄와 벌』 이란 이름에 빠져 주인공 라스콜니코프 자신만의 합리적인 선택과 결과를 수용하는 인간적인 고뇌에 큰 충격에 휩싸였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이야 천부인권 아래 인본주의적인 사회 문화가 자리잡혀 있지만, 『죄와 벌』 이 발간되기 시작한 1866년은 아직 제국주의적인 사회적 배경이 자리 잡아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이념이 명확하게 자리잡히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주인공은 스스로를 나폴레옹의 초인적인 인간관으로 다듬어서 자신이 사회의 암적인 존재들을 처벌할 수 있다는 당위성을 부여하는데요. 이런 자기합리화로 살인이라는 끔찍한 행동을 벌일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과연 이런 생각이 올바른 것이었을까요?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의 이념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도서 내용

법을 심도 있게 공부하는 라스콜니코프는 사회악을 척결하고 공동의 선함을 유지하기 위한 자신만의 이론을 확립합니다. 초인론이라고 불릴만한 이 사상은 사회는 소수의 비범한 무리가 있어 이들은 올바른 행동을 통해 사회의 문제점들을 지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이 소수 초인에 해당한다는 신념을 가진 라스콜니코프는 주변에서 고리대금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는 노파를 죽임으로써 자신의 이론을 완성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사건 당일 생각지 못한 변수로 노파의 동생인 리자베타도 증거인멸을 위해 같이 처리하게 되는데요. 집으로 돌아온 이후 살해 재판이 진행되며 증거가 없기 때문에 무죄를 끝까지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스스로 양심적 고뇌를 통해 고민에 휩싸입니다. 자신의 이론에 따라 노파의 죽음은 정당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지만, 리자베타의 죽음은 비범한 자신이 실수하여 발생한 상황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떠한 이론으로도 추가로 발생된 살인사건에 정당성이 부여될 수는 없었습니다. 자신의 존재 정당성을 부정당하던 라스콜니코프는 타인을 처벌함으로써 사회에 이바지하려는 자신과는 달리, 자신을 내던져 자기 가족들을 부양하는 매춘부 소냐의 삶을 목격하며 큰 회의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자신이 올바르지 못했음을 깨닫고 소냐에게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게 되고, 그녀의 말에 따라 광장에 나가 자신이 더럽혀버린 대지에 키스하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범죄를 고하게 됩니다. 결국 그는 재판에 따라 시베리아에서 유배 생활을 보냅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들에게

계획범죄라는 충격적인 사건에 어린 나이에 이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일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며 열심히 읽었던 책입니다. 나이 들어 다시 정독해보니, 작가가 이념적인 질문을 던져놓고 결국 답을 제시해 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답은 라스콜니코프의 약혼녀입니다. 충격적인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도 약혼녀는 굳은 신념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자 노력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스스로를 희생할 줄 아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전체주의를 대변하는 라스콜니코프라는 인물의 행동을 적절히 교화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은 주변에 흔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일반적인 시민들이라는 의미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 어디에도 누군가를 살해할 정당성을 부여받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범죄자를 미리 정해놓은 법에 따라 처벌할 권리만 법관이 대신하여 판결할 뿐입니다. 나폴레옹이라는 희대의 인물을 앞세워 자신도 그런 사람이라는 판단하에 범죄의 의미를 부여하는 이론은, 초법적인 인물이 되고 싶은 영웅주의가 낳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보입니다. 문제가 된 사회악은 적절한 사회 시스템에 따라 처벌되게 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인 합의가 실제로 잘 굴러가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조사해 봐야 하는 것이 이 글을 쓴 저와 읽고 계신 분들의 의무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야 라스콜니코프같은 전체주의의 망령이 사회에 드러나지 않을 테니까요. 한 번쯤 사회에 관심을 가져보는 계기가 될 만한 내용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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