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는 박종철 열사 고문 치사사건
극단적인 비유지만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어느 영화의 말처럼, 선거일이 다가오면 자연스레 투표장으로 가서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름만 그럴듯한 간접 민주주의라는 명칭 아래, 시민들의 대표를 뽑아 운동장 내에서 간접투표로 대통령을 뽑았던 것이었습니다. 유신 독재 이후, 전두환의 구데타가 성공하여 대통령을 차지하게 되고, 민주국가를 맞이할 줄 알았던 우리나라는 다시 독재의 시대를 이어나가게 됩니다. 시민들 모두 이제 시대가 변했다고 인식은 하지만, 어두운 권력들이 공공연하게 사회를 장악하고 있었으며 그 대표적인 기관이 남영동 대공수사처 였습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핵심 사건인 박종철 열사 고문 치사 사건은 당시 독재 정권에 저항을 촉발하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전두환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고자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할 때, 이 사건이 시발점이 되어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가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이한열 열사의 희생으로 인해 비로소 민주주의의 기본인 투표가 보장되는 대한민국으로 자리잡을수 있었던 것입니다.
모두가 함께하여 이루어낸 신세계
등장인물들은 모두 그날을 바라보면 현재의 힘든 삶을 견뎌내려 합니다. 민주화의 대표주자임 김정남, 교도관인 한병용,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윤상삼, 서울지방검찰청 공안부장 최환 등등 사회 각 분야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의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서울대 대학생이 공안에 끌려가 사망했는데, 대공수사처장의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변명에 모두들 분노합니다. 그리고 서울대학생 자녀를 둘 부모들이 시신을 보기도 전에 화장하려고 하는 대공의 작태는 아무리 독재시대라지만 사건을 접한 사람들이 동조할 수 없게 만듭니다.
사건의 시발점은 사회부 기자의 집요한 취재였습니다. 거기에 공안부장의 내부 고발이 이어지고, 교도관의 희생에 더불어 진실이 김정남에게 까지 전해지자, 세상은 모든 진실을 알게 되고 같이 분노하게 됩니다. 독재하에 견딜 수 없을 무서움을 뒤로하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했을지 감히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준 것보다 훨씬 많은 사건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서로 안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마치 한마음 한뜻이 된 것처럼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의 시작
뉴스를 접하다 보면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소식을 접할때가 있습니다. 친북, 친일, 반미 등등 세상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들을 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가끔 나와 너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나 기사들을 접하게 되면, 저런 의견들까지 내가 수용해 줘야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의견을 수용할 수는 없어도 발언할 수는 있게 해주는 게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고, 그것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올바른 민주주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복잡한 것이 싫고 단순하게 무엇이 맞는다는 흑백논리로 간편화해서 세상을 나눌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하기 때문에 그것을 표출하는 창구 또한 다양해져야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1987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한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불합리한 것을 사회에서 말할 수 없게 될 때, 그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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