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의 고구려 침략과 큰 패배
어지러운 수나라를 통일한 당태종 이세민은 주변국들을 토벌하여 자신의 나라의 근본적인 위협을 제거하고자 합니다. 이세민은 대륙을 통일한 왕답게 전쟁에 매우 능했으며, 자신이 직접 전장에서 지휘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이번에는 고구려를 정벌하기로 마음먹은 이세민은 20만의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로 진격하기 시작합니다. 요동성을 비롯한 수많은 성들이 함락되고 이내 고구려의 수도인 평양성으로 진격합니다. 이에 고구려의 실질적인 수장인 대막리지 연개소문이 10여만의 군대를 이끌고 당나라의 군대에 맞서기 위해 출전합니다.
첫 번째 천투에서 양군이 대치한 가운데 고구려의 정예병인 개마 무사들이 선봉으로 당나라 군에게 진격합니다. 처음에는 고구려 군이 이기는듯한 전황이 펼쳐지지만, 이내 당나라가 이미 토벌한 돌궐, 거란군이 측면에서 합공하자 고구려 군은 급격하게 무너지고 맙니다. 생각지도 못한 대패를 한 연개소문은 다시 수도로 돌아가 마지막으로 당나라 군에 맞서려고 합니다. 이에 주변 성주들에게 자신의 성을 버리고 평양성으로 집결하라고 명령합니다. 이때 수하 사물에게 안시성의 성주가 배신자이니 안시성으로 가 성주를 죽이라 명합니다. 평양으로 집결하라는 자신의 명령을 어긴 안시성주를 처벌하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안시성주 양만춘
사물의 고향은 안시성이었지만 수도에 있는 태학에서 공부한 뒤로는 왕래가 거의 없어 안시성주 양만춘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이내 성으로 가는 길에 정찰 나온 양만춘과 그의 부하 추수지를 만나는데, 첩자로 오해받아 끌려오게 됩니다. 성내에서 자신의 신분을 증명한 사물은 안시성의 군세에 합류하게 됩니다. 개마 무사였던 사물의 경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양만춘도 사물이 연개소문이 보낸 첩자라는 의심을 어느 정도 하고 있었으나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포용하고 가기로 합니다.
이후 사물은 안시성의 백성들과 허울 없이 지내는 양만춘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전해 들었던 것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됩니다. 비겁한 반역자로만 들어왔던 안시성주의 모습은 누구보다 솔선수범해 성내의 사람들을 챙기는 이상적인 성주의 모습이었습니다. 연개소문의 암살 명령을 수행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훌륭한 안시성주를 왜 죽여야 하는지에 대한 내부 갈등에 휩싸이며 하루하루가 지나갑니다.
당군의 무자비한 공격을 막아낸 안시성
어느덧 당의 군대가 안시성 앞에 도달합니다. 이세민은 안시성의 형태를 보고 움직일 수 있는 탑을 만들어 공격하게 합니다. 성벽 높이만 한 움직이는 탑들이 안시성을 공격하자 고구려 군은 매우 혼란스러워하지만, 양만춘은 적의 핵심인 탑을 무너뜨리기 위해 기름을 준비해 불을 지르라 명령합니다. 몇 번의 고비 끝에 목재 탑들은 다 불타게 되고 한 번의 위기가 지나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사물이 양만춘의 목숨을 구해주는 사건이 발생하여 양만춘 부하들에게 약간의 신뢰를 얻게 됩니다.
이후 이세민은 이번에는 전략을 바꿔 불타지 않는 높은 토성을 쌓기로 결정합니다. 성안을 바라볼 수 있는 토성을 쌓아 쉽게 성을 공략하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양만춘은 이에 땅꿀을 파서 토성을 무너뜨림과 동시에 성 밖으로 출전하여 토성을 역으로 점령해 버립니다. 사물은 양만춘의 지도력에 경탄하며 지금은 당나라에 맞서 싸울 때라는 양만춘의 말에 공감합니다. 이에 평양성의 연개소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서를 보냅니다.
토성 전투 이후 양측의 치열한 전투들이 이어집니다. 그러던 도중 당태종이 왼쪽 눈에 화살을 맞는 일이 발생합니다. 거기에 결국 마음을 돌린 연개소문이 이끄는 평양성의 지원군이 몰려오자 이세민은 이만 군을 물리기로 결정합니다. 고구려 원정이 실패로 끝나게 된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안시성의 백성들이 똘똘 뭉쳐 당나라라는 거대한 산을 막아낸 것이었습니다.
민초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지도자의 기본 소양임을 상기하며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안시성 전투를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뻔한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었습니다. 물론 몇몇 어설픈 로맨스가 포함되어 있어 집중도를 흐리긴 했지만, 전체적인 전투신들과 인물들의 감정이 변화되는 표현력들은 매우 훌륭했다고 생각됩니다. 사물이라는 개마 무사의 시각으로 안시성을 외부에서 바라보면서 관객들도 안시성주의 인물됨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스토리 구성 방식이 좋았습니다. 백성들과 일상을 공유하며, 세세한 사건들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이런 백성들과 함께하는 성주였기 때문에 이세민의 계략들을 물리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진 정치를 펼치는 올바른 지도자라면, 민초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고 무엇을 제일 원하는지를 항상 파악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혼란스러운 고구려의 내정상황에서 왕을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했던 연개소문의 방법보다는, 자신의 할 일을 하면서 백성들의 안전을 살피려고 한 양만춘의 치세가 좀 더 올바른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이미 역사를 알기 때문에 추후 연개소문의 아들들의 분열로 고구려가 멸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안시성 사람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그나마 고구려라는 이름이 한세대 정도 더 유지되었다는 점에서 누구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것 같습니다.
'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남한산성' - 성리학의 끝자락에서 갈등 하는 두 충신 (0) | 2022.08.29 |
---|---|
영화 '암살' -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못한 비극적인 사회 (0) | 2022.08.27 |
영화 '국제시장' - 슬픈 역사속에서 가족을 위해 희생의 삶을 버텨오신 분들께 감사하며 (0) | 2022.08.24 |
영화 '작전' - 유토피아적인 주식개미의 역전시나리오 (0) | 2022.08.21 |
영화 '검사외전' - 어설픈 권선징악 (0) | 2022.08.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