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유발 하라리의 신작 『사피엔스』는 전작 『호모 데우스』 와 마찬가지로 인류의 역사를 거시적 관점에서 풀어낸 책입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과거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지구상 유일무이한 종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곧이어 자연선택설이라는 생물학 이론을 기반으로 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농업혁명, 과학혁명 같은 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오늘날 인간이 만들어 낸 시스템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상 깊었던 대목은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국가나 종교처럼 큰 집단에만 소속되어 있던 사람들이 현대사회에서는 점차 작은 집단 단위로 쪼개지고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으로는 자본주의 체제하의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서 소규모 집단화를 선택했다는 해석이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이외에도 자유주의 및 사회주의 사상과의 관계성,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른 미래 예측 등 흥미로운 소재거리를 다루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도서 내용
사피엔스라는 책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진화 과정을 통해 인류 문명의 발달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인지 혁명, 2부는 농업 혁명, 3부는 과학 혁명 순으로 진행됩니다. 먼저 제1부에서는 약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 혁명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이때부터 언어 사용 능력이 생기면서 허구를 말할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해 상상 속의 질서를 창조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어서 제2부에서는 약 12,000년 전 발생한 농업 혁명에 대해 다룹니다. 정착 생활을 하게 되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잉여 생산물이 생기자 계급이 형성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3부에서는 불과 500년 전 이루어진 과학 혁명에 관해 설명합니다. 산업혁명 덕분에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확립되었고 제국주의 시대가 도래했으며 마침내 현대 사회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각 장마다 소제목이 붙어있다는 것인데요. 가령 첫 번째 장인 인지 혁명 편에서는 뒷담화 이론, 신화의 탄생, 돈의 향기, 제국의 비전이라는 소제목이 등장합니다. 각각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뒷담화 이론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현상인데 이것이 있었기에 협력이 가능해졌고 대규모 조직이 출현할 수 있었으며, 종교나 정치 제도 역시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또 신화의 탄생은 신 중심 세계관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 사고방식이 자리 잡게 된 계기였으며 돈의 향기는 화폐경제 시스템이 작동된 배경이고 제국의 비전은 국가 간 교역망 구축 및 정복 전쟁이 활발해진 이유로 지적합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새삼 놀랍고 신기한 것이 사실인데요. 사소한 뒷담화나 당연하다고 생각한 신화 같은 내용들이 인류의 문명 발달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니 너무 신기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학교에서 진화론이라는 이론을 배워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인간 스스로 자신들은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그런 믿음 때문에 현재까지도 수많은 전쟁과 분쟁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자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과 인간이기에 해야만 하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과거 산업혁명 시대 때 노동자 계급이었던 프롤레타리아 계층이 21세기 현대에서는 자본가 계급으로서 군림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즉 경제 시스템 구조 자체가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말입니다.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경제 체제하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특정 계층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으며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가지 예로서 구글 CEO 인 순다르 피차이 (Sundar Pichai) 의 연봉은 한화로 약 100억원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일반 근로자 평균 연봉은 얼마나 될까요? 2019년 기준 2,700만원 수준이며 상위 10% 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90% 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금액이다. 물론 개개인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는 위 예시처럼 적은 월급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며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들에게
지금으로부터 약 500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유인원 조상들이 살고 있었겠지요. 이때까지만 해도 침팬지와 고릴라 정도만이 존재했을 뿐 나머지 동물들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시기입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직립보행을 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최초의 인류이자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 배경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비슷한 형태의 생명체가 있었지만 모두 멸종했고 오직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었을까요? 학자들은 다양한 가설을 제시했는데 공통점은 하나 같이 환경 변화나 기후 변화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자연선택설인데 생물학계에선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살아남은 호모 사피엔스는 불과 수십만 년 만에 지구 전체로 퍼져나갑니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문명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지요. 농업혁명 덕분에 잉여 생산물이 생겼고 그로 인해 계급 사회가 형성되었습니다. 또 도시가 발달하면서 국가 개념이 생겨나고 종교가 발생했으며 문자 발명 및 과학 기술 개발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날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을 것입니다. 아무튼 현재까지는 이렇다 할만한 위기 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확실한 건 더 이상 예전 같은 순탄한 문명의 흐름만이 이어지진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이 많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AI) 로봇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머지않아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면 인류 문명의 큰 전환기가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이 전환기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과연 AI 가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사회에서 개개인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 있을까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심각한 주제임에는 분명해 보이네요. 조금 무섭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지만 결국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니 받아들이고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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