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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구의 증명 - 죽음이 사랑을 갈라 놓는다면

by 섭이네별마당 2023.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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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우리는 모두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부모님과의 관계, 형제자매와의 관계, 그리고 연인과의 관계 등등 수많은 관계는 때로는 행복함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슬픔과 아픔을 주기도 합니다. 저는 이러한 관계 맺음으로부터 오는 감정 변화나 인간관계에서의 어려움 같은 것들을 자주 느끼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 자체보다는 다른 요소들에 더 집중해서 저 자신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생겨났었습니다. 예를 들면 저 사람은 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라든지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거지? 와 같은 타인에게서 원인을 찾으려는 행동을 갖게 되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럴수록 상대에게 상처만 줄 뿐이었습니다. 이런 저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경험이 되었던 것이 이번 독서였던 것 같습니다. 바로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이라는 책인데요. 죽음 이후에도 사랑하겠다는 남자와 죽어서도 기다리겠다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너무나 슬프고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주인공들의 모습에서는 순수함과 열정이 가득합니다. 세상 모든 일엔 양면성이 존재하듯이 슬픈 결말 뒤에는 또 다른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진짜 사랑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서 내용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나는 누구일까? 『구의 증명』은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저자 최진영은 한 연인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주인공 구와 담이는 서로 열렬히 사랑하지만 끝내 이어지지 못합니다. 구는 담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고 죽은 후에야 비로소 완전한 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 최진영은 2008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2013년 첫 장편소설 『끝나지 않는 노래』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죽음으로써 영원한 사랑을 증명하려는 남자와 살아서 함께 하는 현재의 사랑을 지키려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단순한 로맨스 소설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작가는 등장인물 간의 대화나 행동을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가령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 라는 대사라든지 너는 네가 원하는 대로 살면 돼. 난 이제 상관없어.라는 대목에선 상대방을 향한 배려심이 엿보입니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나는 죽을 수도 없고 살 수도 없어. 그냥 이렇게 살다 죽는 거지 뭐.라며 체념하듯 내뱉습니다. 얼핏 보면 자포자기한 듯한 태도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그저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뿐입니다. 그녀 역시 살고 싶어 하고 여전히 사랑받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에 포기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상대를 걱정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들에게

구의 증명은 황산벌 청년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심사위원들은 사랑한다는 것은 죽음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선언이라며 만장일치로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고 합니다. 책 제목이기도 한 구의 증명은 둘 사이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담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 없이 살 수 없으니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고. 그러자 구는 대답합니다. 살아서 함께 있지 못한다면 죽어서라도 함께 있겠다고.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진짜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상대방 역시 나와 같기를 바랄 테니 말입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한 번쯤은 이런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크게 와닿을 만한 작품 같습니다. 물리적 이별이라는 죽음을 앞에 두고도 서로간의 마음을 이어갈 수 있는 영원한 사랑이라면, 그것은 숭고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가 보여주는 큰 의미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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