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지난 12월 18일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대로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동안 미중 무역전쟁 및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등 대내외적으로 문제가 많았기에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결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도 부정선거다라는 주장을 제기하며 여전히 갈등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뉴스들이 보입니다. 물론 확실한 증거 없이 그저 음모론으로만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2016년 있었던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도 개표 과정에서의 오류 논란이 있었으며 실제로 투표 결과와는 다른 나라와의 관계 형성이 이루어진 사례가 있었기에 마냥 무시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러한 현상을 마주하게 된 것일까요? 어쩌면 그것은 그동안 사회 전반에 걸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던 능력주의 신화로부터 비롯되지 않았을까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을 통해 능력주의 시대 속 현대인들의 모습을 분석하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공정이라는 단어에 민감하지요. 누군가 나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거나 혹은 내가 뒤처지는 상황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상대와의 차이를 의식하며 불공정하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점차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며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세상 모든 일이 완벽하게 공정할까요? 《공정하다는 착각》에서는 현대사회 속 만연한 능력주의 신화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왜 모두가 인정할 만큼 성공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은 불행하다고 느끼는 걸까요? 또한 승자에게는 오만을, 패자에게는 굴욕감을 안겨주는 능력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도서 내용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미국에선 흑인 노예제도가 폐지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백인들은 더 이상 인종차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명분을 얻었고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불평등 구조 역시 타파되었다고 믿었지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계급구조가 존재했고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은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가난한 자는 계속 가난해지고 부유한 자는 점점 더 부유해지는 빈부격차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능력주의라는 허상이었습니다. 원래 능력주의란 개인의 재능과 노력 여부에 따라 보상받는다는 개념입니다. 따라서 매우 공정하다고 여겨지는 이념입니다. 하지만 이를 적용한 현실은 달랐습니다. 학력 자본이든 인맥 자본이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배경 자본 없이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도 힘들뿐더러 설사 들어간다 해도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심지어 명문대학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지요. 현재 만연한 능력주의 체제에서는 열심히 노력해도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고 그로 인해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낀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개인에게서 찾는 것은 이제 조금 가혹해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온통 공정 신드롬에 빠져있습니다. 각종 미디어에서는 연일 청년층의 분노와 좌절을 조명하며 불평등 현상을 비판합니다. 심지어 정부 차원에서도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겠다며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의문점이 있습니다. 도대체 누가 진정한 승리자인가요? 또 정의로운 사회란 대체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정답을 말할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바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각자 처한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명문대를 졸업했고 좋은 직장에 취직했으며 경제적 여유를 누리며 살고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했고 변변찮은 직업을 전전하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자는 후자를 보며 운이 나빠서 또는 시대를 잘못 타고나서 어쩔 수 없이 고생한다고 여깁니다. 반대로 후자는 전자를 보며 가진 자들의 횡포라며 비난합니다. 이렇게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다 보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잘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각 구성원이 잠재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격차를 줄이기 위한 복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낙오자에게도 재기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분위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싹틀 수 있으며 나아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들에게
지난 몇 년간 공정 담론이 대한민국을 휩쓸었지요.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목표로 하는 진보 진영이든, 기득권 수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보수 진영이든 너나 할 것 없이 공정을 외쳤습니다. 물론 저도 한때는 그러한 흐름에 동조했고 제 나름대로 실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가령 기회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 입시 전형 간소화 정책을 지지한다거나,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기관 채용 시 지역 인재 할당제 도입을 찬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공정하다고 느낀 적이 많았는데, 이번에 읽은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답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승자는 겸손해야 하고 패자는 승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건 개인의 책임이지 결코 사회 구조 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남 탓하지 말고 스스로 잘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노력을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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