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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왕의 남자' - 동성애의 한국적 해석

by 섭이네별마당 2022.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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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인 왕의 과거

 

 때는 붕당정치가 가장 극심했던 조선 중기, 왕인 연산군은 비극적인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왕의 후궁들과 신하들의 모함에 의해 자신의 어머니인 윤 씨가 폐위 당하고 궁에서 내쫓겨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연산군은 즉위 후 신하들 중 대부분이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 있다는 것에 매우 분노하지만, 조정을 운영해야 하는 입장에서 쉽게 그들을 처벌하기 어려웠습니다. 연산군은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점점 정신이 피폐해져가고, 내시인 김처선과 첩인 녹수만 곁에 둔 채 술과 향락에 빠져 현실을 도피하며 살아갑니다.

 

궁궐로 불러들인 광대패와 갑자사화

 

 김처선은 왕의 마음을 달래줄 방법을 찾고자 궁궐에서 벌어질 연회의 공연을 위한 광대패를 찾기 위해 저잣거리에 나갑니다. 거기에서 왕을 희화화해 공연하는 장생의 광대 패거리를 발견하고, 이들을 처벌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장생은 왕이 보고 웃으면 자신들의 공연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논리를 펴 김처선을 설득합니다. 결국 궁궐에서 공연을 하는데, 처벌이 두려워 얼어붙은 육갑, 칠득, 팔복 광대들은 공연을 망칩니다. 그러나 장생과 공길의 재치로 연산군의 큰 웃음을 이끌어내게 되고, 궁에서 정기적으로 공연하는 광대로 임명됩니다. 신하들이 궁의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연산군의 명령에 반발하지만, 연산군은 왕인 자신의 의견에 불복하는 신하들에게 분노하며 무시합니다.

 몇 번의 공연 뒤에 김처선은 장생에게 이번에는 경극을 준비시킵니다. 내용은 후궁들의 모함에 의해 왕후가 사약을 받아 죽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연극이 절정에 달할 때 연산군은 어머니의 죽음을 상기하며 분노가 극에 달하게 됩니다. 결국 그 자리에 있던 선왕의 후궁들과 자신의 할머니 격인 인수대비까지 죽여버립니다. 신하들은 자신들에게까지 화가 미칠까 벌벌 떨며 그 상황을 지켜보지만, 연산군은 공길만을 데리고 자신의 처소로 돌아갑니다. 사실 공길의 외모는 여성스러웠는데, 연산군은 공연 때마다 공길을 자기 방으로 불려 인형극을 하며 마음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몇 번씩 반복되자 애정결핍의 굶주린 정신적인 상처가 남색이라는 방향으로 진행되게 된 것이었습니다.

 

정신적 모라토리엄에 빠진 연산군과 중종반정

 

 이후 연산군은 공길을 예뻐하며 옆에 두고 싶어 해 종 4품의 벼슬을 내립니다. 신하들의 반대가 이어지지만 왕의 독단이 이어지고, 공길과 장생의 관계도 틀어지게 됩니다. 장생은 저잣거리에서 공연을 할 때에도 공연이 끝나면 양반들이 공길을 밤에 자신의 처소로 데려가는 것에 불만이 많았는데, 왕도 똑같은 행동을 하니 어찌할 수도 없어 답답해합니다. 힘든 시기를 함께했던 장생도 공길에게 동료애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상대가 왕이니 어쩔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장생은 상황을 견딜 수 없어 공연을 하다가 남색하는 왕이라며 연산군을 도발하게 되고, 분노한 연산군은 장생을 죽이려 합니다. 장생은 도주하다 붙잡혀 두 눈에 인두질을 당해 눈이 멀게 됩니다. 공길은 이 상황을 보고 상심하여 공연 중에 자살하려 하시만 실패하고, 연산군도 자신의 남색을 후회하며 다시 애첩이었던 녹수에게 돌아갑니다. 결국 왕의 변덕에 희생된 장생과 공길은 마지막으로 공연장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자신들의 한을 표현하는데, 사방에서 군사들이 몰려와 연산군을 폐위시킵니다. 중종반정이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동성애의 한국적 해석

 

 왕의 남자는 '한'이라는 한국적인 정서를 영화로 잘 풀이한 작품입니다. 학창 시절에 한국문학의 특성이라고 하면 항상 '한'을 중요시했는데, 영화로 이 작품을 보고 나서 이게 '한'을 표현한 것이구나를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저잣거리에서도 힘 있는 양반들에게 성적인 노리개로 전락한 공길과, 그것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 장생의 인생이었습니다. 그런데 겨우 삶이 조금 나아지려는 찰나에 궁궐에 끌려와 이번에는 왕에게 같은 짓을 당하는데, 이는 비극적인 삶 속에서 또 다른 비극이 이어지는 한스러운 삶의 표현이라고 보입니다. 조선시대에 백성들의 삶은 가진 자들에게 핍박받고 희생당하는 슬픈 삶이었는데, 이것을 영화에서 잘 묘사한 것 같습니다.

 또한 동성애라는 주제를 다루는데, 개봉 시기가 2005년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른 시기에 민감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펼쳤다고 보입니다. 어설프게 이야기를 풀어가면, 사회적인 질타를 받기 좋은 주제가 동성애인데 영화를 보는 내내 큰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동성애를 비극적인 삶의 희생의 한 갈래로 표현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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